비자 발급보다 머물 곳이 없는 나라
Issue No. 76트렌드4분

비자 발급보다 머물 곳이 없는 나라

한국은 2024년 1월 1일부터 디지털 노마드(워케이션) 비자를 시범운영하고 있어요.

소득요건은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2배인 8,500만 원(월 708만 원) 이상이고, 입국일로부터 1년 체류기간을 받으며 1년 추가 연장이 가능해 최장 2년간 체류할 수 있어요. 해외에서 50개가 넘는 나라가 이미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데, 한국은 그 흐름에 뒤늦게 합류한 셈이에요.

그런데 비자를 주는 건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 출발점일 뿐이에요. 정작 이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어디서 일하고, 어디서 쉬고, 어떤 환경을 만날지에 대한 구조는 여전히 흐릿하거든요.

한국에 워케이션 인프라가 있나요?

있긴 한데, 산발적이에요. 부산의 경우 워케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1년 6개월 동안 약 224억 원에 달했으며, 이용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14만 원을 기록했어요 (fnnews.com, 2024년 11월). 제주와 강원 지역도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워케이션 패키지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정보가 모이는 단일 창구나 통합 플랫폼은 없어요. 호텔은 워케이션을 수익 다변화 모델로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비상주 오피스·코워킹 시설과의 연계는 아직 약합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노마드가 찾는 건 호텔방이 아니라 '일하는 공간 + 지역 커뮤니티 + 생활 인프라'의 세트인데, 한국에선 이 세 가지가 따로 놀아요.

해외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2024년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운영하고 있어요 (visalovekorea.com).

일본은 2024년 4월부터 연간 소득 1,000만 엔 이상, 건강보험 가입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6개월 원격 근무를 허용해요.

대만은 2025년 1월 디지털 노마드 방문 비자를 도입했고, 최대 180일 체류가 가능해요.

이탈리아는 2024년 4월 고숙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1년 갱신형 비자를 만들었고, 최소 연간 소득은 약 3만 유로예요.

국가비자 명칭체류 기간주요 소득 요건
한국디지털 노마드(F-1-D)최장 2년연 8,500만 원
일본지정 활동 비자최대 6개월연 1,000만 엔
대만디지털 노마드 방문 비자최대 180일연령별 소득 요건
이탈리아Digital Nomad Visa1년(갱신 가능)연 약 3만 유로

차이는 비자 조건보다 제도 밖에서 기다리는 인프라에 있어요. 포르투갈·크로아티아·인도네시아 발리는 코워킹 스페이스·월 단위 숙박·커뮤니티 행사가 한 지역 안에 묶여 있습니다. 비자를 받고 도착하면 바로 합류할 수 있는 생태계가 이미 돌아가고 있는 거죠.

비자 시행 2년, 한국은 무엇을 놓쳤나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워케이션을 할 수 있는 휴양지와 물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요 (visalovekorea.com). 비자를 만든 건 법무부이고, 공간을 채우는 건 지자체·민간 사업자인데, 둘 사이 대화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에 한 달 살기 콘텐츠는 많지만 디지털 노마드용 공간 정보는 검색해도 영어 페이지가 드물어요. 서울 강남엔 코워킹이 많지만 관광지와 멀고, 부산·제주는 풍경은 좋지만 업무용 Wi-Fi 속도를 보장하는 시설 리스트가 공식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어요.

결국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한국에 와서 일해도 됩니다"라는 허가증일 뿐, "여기서 이렇게 일하세요"라는 초대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비자는 2년 전에 나왔지만, 인프라는 여전히 스타트라인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