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려 만든 제품 버리고 다시 시작한 노션
혼자, 혹은 두세 명이서 만든 제품이 좀처럼 반응이 없을 때 가장 괴로운 질문이 있어요. "이걸 계속 붙잡고 고쳐야 하나, 아니면 다 갈아엎어야 하나"예요.
붙잡자니 지금까지 쏟은 시간이 아깝고, 갈아엎자니 처음부터 다시 만들 엄두가 안 나요. 그 사이에서 몇 달을 흘려보내는 빌더가 많아요.
그런데 이 결단을 아주 극적으로 내린 회사가 있어요. 지금은 전 세계 1억 명이 쓰는 노션(Notion)이에요. 노션 이야기를 사례로 삼아서, "언제 붙잡고 언제 버릴지"를 내 손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해볼게요. 감동 실화가 목적이 아니라, 내 MVP를 두고 똑같이 고민하는 순간에 꺼내 쓸 기준을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노션이 3년 걸린 제품을 통째로 버린 그날
노션도 한때 3년 가까이 만든 제품을 통째로 버렸어요. 그것도 잘나가서가 아니라, 망하기 직전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노션은 2013년 이반 자오(Ivan Zhao)와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가 만든 회사예요. 그런데 2015년 즈음 초기 제품이 시장에 안 먹히고 자금이 거의 바닥났어요. Figma 블로그에 따르면, 당시 제품은 기술적으로 불안정했고 사용자도 좀처럼 늘지 않았어요. 팀은 4명 규모의 작은 조직이었어요.
여기서 두 창업자가 내린 결정이 셋이에요. 팀원을 전원 정리했고,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닫았고, 일본 교토로 거처를 옮겼어요. 이반 자오는 어머니에게 약 15만 달러를 빌려 버티는 자금을 마련했어요.
교토를 택한 건 낭만이 아니라 계산이었어요. 생활비가 샌프란시스코의 약 절반이라, 남은 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었거든요. 두 사람은 그곳에서 하루 18시간씩 붙어서, 실패한 제품을 버리고 코드를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그렇게 다시 쓴 버전이 지금의 노션이에요. Forbes 기준으로 노션은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넘겼고, 사용자는 1억 명 규모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버렸더니 잘됐다"가 아니에요. 그들이 무엇을 근거로 버리는 쪽을 택했는지예요. 그 근거를 하나씩 뜯어볼게요.
붙잡는 값이 아까울수록 매몰비용에 갇힌다
붙잡을지 버릴지 헷갈리는 진짜 이유는 대개 하나예요. 이미 쏟은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예요. 이걸 매몰비용(이미 써버려서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이라고 불러요.
매몰비용의 함정은, 이미 없어진 돈이 앞으로의 판단을 붙잡는다는 거예요. "여기까지 만들었는데 아깝잖아"라는 마음이 강할수록, 안 되는 제품을 더 오래 붙잡게 돼요. 노션 창업자들이 그동안 쌓은 결과물을 버릴 수 있었던 건,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의 몇 달을 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정할 때 저울에 올려야 할 건 두 가지예요. 지나간 비용이 아니라 앞으로의 비용이에요.
붙잡는 비용: 지금 이 코드를 유지·수정하면서 앞으로 더 들어갈 시간과 돈. 낡은 구조를 억지로 고칠 때 늘어나는 시간까지 포함해요.
버리는 비용: 처음부터 다시 만들 때 드는 시간과 돈. 단, 이미 배운 것·검증된 것은 빼고 계산해요.
판단 기준은 간단해요. "이 제품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지금 이 코드를 이어받아 고치는 쪽을 택할까, 새로 짜는 쪽을 택할까." 아깝다는 감정을 빼고 이 질문에 답해보면, 매몰비용에 갇혔는지 아닌지가 보여요. 감정을 걷어냈다면, 다음은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가릴 차례예요.
제품이 안 팔리는걸까, 안 알려지는걸까
갈아엎기 전에 반드시 갈라야 할 게 있어요. "제품 자체가 안 팔리는 건지, 제품은 괜찮은데 안 알려진 건지"예요. 이 둘을 헷갈리면 멀쩡한 제품을 버리게 돼요.
반응이 없을 때 사람들은 흔히 제품 탓부터 해요. 하지만 유입 자체가 거의 없다면, 그건 제품 문제가 아니라 아직 아무도 안 본 문제일 수 있어요. 반대로 방문은 많은데 아무도 안 남는다면, 그건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이 약속을 못 지킨 신호예요.
간단한 구분 기준을 정리하면 이래요.
써본 사람은 있는데 다시 안 온다 → 제품 문제일 확률이 높아요. 재작성을 고민할 자리예요.
애초에 써본 사람 자체가 없다 → 알리는 문제일 확률이 높아요. 제품을 갈아엎어도 유입이 없으면 똑같아요.
일부 사용자는 열광하는데 숫자만 작다 → 제품의 핵심은 맞고, 전달·채널이 문제일 수 있어요.
이 진단을 건너뛰면, 실제로는 알리는 게 부족했을 뿐인데 제품을 통째로 버리는 헛수고를 하게 돼요. 이때 도움이 되는 게 작게 검증해보는 방법이에요. 예전에 다룬 제품 없이 1주일, MVP 시장 검증을 해봤더니 보이는 것들에서처럼, 랜딩 페이지 하나로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진짜 겪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거예요. 이 작은 확인만으로도 제품 문제와 전달 문제를 훨씬 빨리 가를 수 있어요. 문제가 어디 있는지 갈랐다면, 다음은 "얼마나 버릴지"를 정할 차례예요.
통째로 버릴까 일부만 남길까 선택하는 기준
갈아엎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전부 다 버려야 하는 건 아니에요. 노션이 좋은 예예요. 노션은 코드는 버렸지만, "블록을 쌓아 문서를 조립한다"는 제품의 관점은 그대로 남겼어요.
즉 버린 건 구현(어떻게 만들었나)이고, 남긴 건 관점(무엇을 왜 만드나)이에요. 이 둘을 구분하면 재작성이 훨씬 덜 무서워져요.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아니라, 검증된 방향은 들고 가고 낡은 기술만 바꾸는 일이 되거든요.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이렇게 갈라볼 수 있어요.
대개 버려도 되는 것 | 대개 남겨야 하는 것 |
|---|---|
낡거나 꼬여버린 코드·기술 구조 | 사용자가 반응했던 핵심 관점·컨셉 |
"일단 되게" 만든 임시 구현 | 그동안 쌓인 사용자 반응·데이터 |
방향이 어긋난 기능 더미 | 문제를 바라보는 나만의 각도 |
급하게 정한 이름·디자인 | 실제로 돈 낼 의사를 보인 사용자층 |
정리하면 이래요. 버리는 결단은 "다 지우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로 짤지 가르자"에 가까워요. 남길 게 하나도 없다면 그건 재작성이 아니라 새 창업이니, 그때는 더 신중해야 해요. 무엇을 남길지 정했다면, 마지막으로 확인할 건 "지금 갈아엎을 여력이 있는가"예요.
갈아엎을 여력이 되는지 런웨이부터 계산
버리는 결단에는 냉정한 전제가 하나 있어요. 다시 만들 시간과 돈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걸 런웨이(runway, 지금 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라고 불러요.
노션이 교토로 간 것도 결국 런웨이 싸움이었어요. 생활비를 절반으로 줄여서 버틸 기간을 늘렸고, 그 늘린 기간 안에 재작성을 끝냈어요. 만약 다시 만들 몇 달치 여유조차 없었다면, 갈아엎기는 선택지가 아니라 그냥 폐업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재작성을 결심하기 전에 이 세 가지를 현실적으로 확인해야 해요.
남은 런웨이: 지금 돈으로 몇 개월 버티나요. 재작성에 걸릴 기간보다 최소 1.5배는 남아 있어야 그나마 안전해요.
다시 만들 시간: 새 버전을 최소 기능까지 올리는 데 현실적으로 몇 주가 드나요. 낙관치 말고 넉넉히 잡아요.
버틸 체력: 혼자거나 소수라면, 그 기간 동안 수입 없이 버틸 생활이 가능한가요.
여기서 소수·1인 빌더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점이 하나 있어요. 규모가 작을수록 방향을 트는 결정이 빠르다는 거예요. 설득할 팀도, 조율할 이해관계자도 적으니까요. 노션도 4명일 때였기에 오히려 전원 정리하고 통째로 다시 시작하는 결단이 가능했어요. 조직이 수십 명이었다면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작다는 건 불안하지만, 방향을 바꾸는 순간엔 가장 큰 무기가 돼요.
붙잡을지 갈아엎을지 정하는 다섯 가지 물음
여기까지 온 기준을 실제로 써먹으려면, 결정 앞에서 스스로 물어볼 질문으로 압축하는 게 좋아요. 아래 다섯 개에 솔직하게 답해보세요.
아깝다는 마음을 빼도 이 제품을 이어받고 싶은가. "여기까지 만들었는데"가 유일한 이유라면 매몰비용에 갇힌 거예요.
써본 사람이 다시 안 오는가, 아예 안 오는가. 전자는 제품 문제, 후자는 알리는 문제예요.
남길 관점이 있는가. 코드는 버려도 사용자가 반응한 핵심 컨셉이 있다면 재작성, 그것마저 없다면 새 창업이에요.
다시 만들 런웨이가 되는가. 재작성 기간의 최소 1.5배 여유가 없다면, 지금은 버릴 때가 아니라 버틸 때예요.
작아서 빠르게 틀 수 있는가. 혼자거나 소수라면, 그 속도가 가장 큰 이점이에요.
이 다섯 개를 두 방향으로 놓고 보면 더 선명해져요.
아직 붙잡을 때 | 갈아엎을 때 |
|---|---|
유입 자체가 적어 검증이 덜 됐어요 | 써본 사람이 반복해서 떠나요 |
남은 런웨이가 재작성 기간보다 빠듯해요 | 재작성 기간의 1.5배 이상 여유가 있어요 |
낡았지만 고쳐 쓸 수 있는 구조예요 | 구조가 꼬여 고치는 게 새로 짜는 것보다 느려요 |
남길 관점이 아직 안 잡혔어요 | 사용자가 반응한 핵심 관점이 뚜렷해요 |
결국 버리는 결단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문제예요. 노션도 감정이 아니라 남은 돈과 남길 관점을 계산해서 버렸어요. 오늘 내 제품이 붙잡을 때인지 갈아엎을 때인지 헷갈린다면, 지나간 시간을 세지 말고 앞으로의 비용과 남길 관점부터 저울에 올려보세요. 그 저울이 대신 답을 알려줄 거예요.
한 번 더, 빠르게 짚고 갈게요
Q. 재작성하면 정말 처음부터 다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
A. 꼭 그렇진 않아요. 노션도 코드는 버렸지만 "블록으로 문서를 조립한다"는 핵심 관점은 남겼어요. 버리는 건 대개 낡은 구현이고, 사용자가 반응했던 컨셉과 데이터는 들고 가는 편이 좋아요. 남길 게 하나도 없다면 그건 재작성이 아니라 새 창업에 가까워요.
Q. 반응이 없는데, 제품 문제인지 마케팅 문제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유입 자체가 거의 없다면 알리는 문제일 확률이 높아요. 이때는 제품을 갈아엎어도 결과가 같아요. 반대로 써본 사람은 있는데 다시 안 온다면 제품이 약속을 못 지킨 신호라 재작성을 고민할 자리예요. 판단이 어렵다면 랜딩 페이지 같은 작은 검증부터 해보면 훨씬 빨리 갈라져요.
Q. 혼자 만드는데 갈아엎을 여유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그럴 땐 지금이 버릴 때가 아니라 버틸 때예요. 재작성은 다시 만들 시간과 돈이 남아 있을 때만 가능한 선택이에요. 남은 런웨이가 재작성 기간의 1.5배도 안 된다면, 통째로 버리기보다 문제가 가장 큰 한 부분만 고쳐 쓰는 쪽이 현실적이에요.
Q. 소수나 1인 팀은 큰 팀보다 불리하기만 한가요?
A. 방향을 트는 결정에서는 오히려 유리해요. 설득할 팀도, 조율할 이해관계자도 적어서 결단이 빠르거든요. 노션도 4명이던 시절이라 전원 정리하고 통째로 다시 시작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어요. 규모가 작다는 건 방향을 바꾸는 순간엔 가장 큰 무기가 돼요.
이 글은 AI 에디터 코냥이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다양한 참고 자료를 분석해 정리했어요. 회사 혹은 개인마다 문화와 규정이 다르니, 나에게 맞는 핏(Fit)에 맞게 살짝 다듬어서 적용해 보세요.



